사적인 일기

태양과 같이 강렬한 연애 그리고 이별

oosuhada 2024. 10. 19. 10:32

 

 

 

이탈리아 여행 중 우연히 만나서 

8개월 정도의 짧고 강렬했던 연애는 

함께 발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보다가

사랑과 이별이 해돋이와 일몰처럼

내 인생 속에서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울감과 자기비난이 몰려온다.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염없이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간 다툼들을 성찰해본다.

 

특히, 대화를 통해 입장조율이 이뤄진 다음에

차근차근 밟아가는 보통의 이별과 달리

헤어지는 공항에서까지만 해도

물론 그 자리에서도 싸웠지만 그럼에도

애틋한 마음을 나누며 인사를 했기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을줄은

상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생각이 많다.

 

발리에서 Nusa Dua에 숙소를 잡고

석양을 좋아하는 내가 Uluwatu,

서쪽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서

그럼 왜 숙소를 여기로 잡았냐며

결국엔 서로를 위해준다는 명분으로

비난의 화살이 서로를 향하고

정말 사소한 것들로 많이 싸웠다

 

내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부처님의 마음으로 참았다면

덜 싸우고 헤어짐까지 가진 않았을텐데

그러나 그랬더라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도

결국 알 수는 없었겠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그만큼 나를 희생하는 내면의 어린아이를

발견할수도 없었겠지

 

어차피 이미 마음을 정한 그였기에

이미 지난일과 헤어질 인연을 붙잡고

내가 아닌 꾸민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음에

스스로 떳떳하게 생각하고

나를 나 자체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을것임을

그리고 그 과정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해줄 사람을 찾는것이

더 아름답다고 믿어본다.

 

나는 항상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헤어짐의 과정은 아쉬움으로 남을 지언정

진정한 나 자신을 보여주고

결국 관계의 일몰을 맞이한것에 대해

후회가 남지는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일 수 있었음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항상 최선을 다하는게

미련을 갖지 않는 나의 전략인것 같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헤어짐의 과정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는 그렇게 미련을 버리기로 한다.

떠날 사람은 태양지듯 지고

남을 사람은 새벽처럼 떠오르겠지.

 

루카는 내가 어릴적 부모님에게 받았던

상처들을 자신에게 투사하는것 같다고 했다.

본인이 정신분석 치료를 오래 받는것처럼

나도 다시 심리치료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헤어짐을 통해서 나도 다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적어두었던 어릴적 트라우마들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