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달 여행을 마치고...
철이 없었죠.. 1년 후에 무슨일이 있을 줄 알고
특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덜컥
1년 후 비행기표를 구매했던 내가..
그렇게 비행기 타는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무리해서 다녀온 여행
그럼에도 이탈리아에서의 1달이라는 시간동안
다시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2019년말에 퇴사 직후
무작정 마르코를 만나러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젤라또 기술도 배우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심취하게 되었던 이탈리아의 문화
식전주와 식후주, 여유를 즐기는 문화
결국 그 영감을 통해 와인바까지 오픈했던
그때 느낀 감정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밀려왔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잘 작동한다.
인터넷은 지하철에서도 빠르고,
대중교통 시스템은 잘 연결되어 있으며
시간도 매우 정확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안된다.
그래서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자정이 지나도 장을 볼 수 있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경쟁력 덕분에
새벽이면 주문한 물건이 도착한다.
이번 방문때는 온라인 주문도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유럽에선 장을 보면 무거운 짐을 들고
가끔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우후죽순 솟은 건물들 덕분에
그리고 유일무의 전세 제도 덕분에
월세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해외 주요도시들에 가보면
우리처럼 무지막지한 보증금은 없지만
그만큼 월세가 어마무시하다.
한국에선
모든 것이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름다움이 부족하다.
전통 건물의 아름다움, 직접적인 인간 관계의 아름다움,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 너머의 자연의 아름다움,
느긋한 저녁 식사의 아름다움, 그리고 결혼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축하하는 아름다움이 없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결혼식은
공장에서 찍혀나온 패키지 투어 상품 같다.
모든 것이 2시간 안에 끝나야 하고,
다음 그룹을 위해 공간을 비워야 해서
식사 중에도 항상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부모님을 위한 쇼 같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결혼식 참석도 형식적으로 느껴진다.
하루종일 파티를 하는 외국 결혼식에 비교하면..
우리는 효율성을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불평불만을 하게된 계기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산 아름다운 물건들, 조각상, 옷, 와인 등
50kg가 넘는 짐을 한국으로
바리바리 싸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정성스럽게 핸드캐리 백으로
정성스럽게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새 프로젝트를 위한 조각상들이
이동중에 부서진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로마 공항에서는 화장실에
가방들을 두고 볼일을 보고 왔을 때
노트북을 도난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다가
비행기까지 놓칠뻔 했다.
내가 가지고 오고 싶었던 건
와인과 조각상들이었을까?
아니면 그것들이 상징하는
이탈리아의 여유로움이었을까?
왜 이탈리아에서 한국까지 물건을 가져오느라
이렇게 고생했을까를 생각해봤다.
만약 이탈리아 어딘가에 작은 집을 사서
그곳에 물건들을 두고,
일상에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면 되지 않았을까?
특히 남부 이탈리아의 부동산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한국은 선진국이 된지 얼마 안된 아주 작은 나라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압축되고 극단적이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은 치열하고..
자살률은 가장 높고 출생률은 가장 낮다.
많은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치열하고 보수적인 사회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나 같은 개인들에게
아름다움을 잊은 이 사회는 아주 숨이 막힐 것 같다.
해외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평판은 아주 좋은편이다.
한국인은 열심히 일하는 치열한 환경에 익숙해서인지
아주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거기에
인건비도 저렴하니 가성비까지 최고라고 말한다.
나는 이 끊임없는 경쟁을 혐오한다.
치열함이라는 분위기에
질리도록 익숙해져버린 지금이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나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갈 의지가 있지만,
그것은 단지 이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발전과 발견을 위해서 였으면 싶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했던가..
경쟁도 계속되면
당연한줄 알고 살아가게 된다
이제 정말로 한국이 왜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생률이 가장 낮으며,
그마저도 숫자가 매달 줄어드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노동자를 바라보는 자세가
996이라 불리는 중국과 다를바가 뭔지 모르겠으니
자유롭게 아플 수 있고,
갑과 을이 없이 일하는 사람이 모두 동등한
사람을 사람답게 바라보는 유럽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인것 같다.
아름다움이 없는, 여유가 없는
이 답답한 사회적 압박에 대해,
인간이 단지 숫자로 정의되는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